사유의 집


DESIGN    NONESPACE
CONSTRUCTION    NONESPACE
PHOTOGRAPH    Jang Hyunseok, Septto

SITE    Pangyo, Bundang-gu, Seongnam-si, Gyeonggi-do
USAGE    Residential Space
사유의 집 - 존재자로서의 주거

사용자의 요구사항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장소에서 어떤 삶을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었다. 설계자의 입장에선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방의 숫자나 크기, 마감재의 컬러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담론을 즐겼다. 그 결과 이 집을 단순히 휴식이나 놀이의 공간이 아닌 사용자의 마음을 담는 몸의 그릇으로서 구축하고자 했다.

데카르트적 공간의 균질성과 무한 확장성은 전 세계를 동질화 시켰고 모더니즘과 아파트의 폐해로 연결된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탄식할 것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정주함으로 존재하며 시적인 자만이 정주할 수 있다고 했다. 건축은 본래 거주이며 거주란 땅 위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건축의 본질은 공간이고 비움의 공간이 건축의 쓸모와 직결된다.  자연을 연모하고 사유하는 삶을 꿈꾸는 존재자를 위한 집은 어떤 장소일까? 우리는 공간을 비움으로써 얻을 수 있는 건축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다.

이 건축과 터는 남쪽으로 마당을 품고 이 마당은 공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동쪽에도 공원이 있지만 벽으로 막혀 있었고 1, 2층은 분절되어 있었다. 당장 동쪽의 벽을 허물고 2층의 슬라브를 허물자고 제안했다. 태양의 길과 변화하는 달의 궤도, 이따금씩 떠오르는 별의 광채, 사계절의 변화, 낮의 빛과 황혼 혹은 여명, 밤의 어두움과 정명, 흘러가는 구름과 천공의 푸른 깊이 등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함이다.



땅과 하늘, 자연과 같은 암묵적인 현존을 최소한의 개입과 행동으로 삶으로 끌어들였다. 요리와 식사, 작업을 하거나 어떠한 행위를 하면서도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모든 소재와 색은 비우고 정제하였다.

북쪽에는 화로가 있다. 빛이 안 드는 곳에 아궁이가 위치한 전통의 개념이나, 풍수지리에 의거한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동쪽은 해가 차오르는 풍경과 소나무로, 남쪽은 공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마당과 빛을 발산하는 해, 서쪽은 지고 있는 석양으로 충분했기에 기능적으로 막혀있고 응당 TV가 있어야 할 곳에 사색을 위한 불을 지폈다.

열려 있는 정원은 나의 삶과 시간을 함께 보낼 자연이자 현상이고, 주거의 본질인 휴식은 풍경과 사계를 온전히 느끼면서 취할 수 있다. 마당과 숲의 경계를 허물고 내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자연과 하나 되며 한국적인 정체성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존재에게 의미를 부여하여 존재자가 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주는 현상학적 공간이다.

이렇게 이 집은 자연으로 연장된 포괄적인 총체성과 지역적 상황에 따라 존재함으로써 특정한 정체성을 갖는 장소성을 형성하였다. 존재자는 이 건축 속에서 땅과 하늘이 건네는 말에 응답하고 터와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장소는 존재자와 공명하여 비로소 혼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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